2016년 4월 11일 월요일

건전한 경쟁 - 316 Ti 티타늄

316 Ti (티타늄) 스테인레스 스틸은 주방용기 재료로서 두말할 나위 없이 아주 훌륭한 재질이다. 특히 부식과 화학반응에 대한 면역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탁월해서 같은 스테인레스 스틸이라도 따라오지 못할 정도이다. 값이 비싼 게 흠이지만 아주 오래 쓰는 만큼 건강비용까지 집어넣고 따지면 오히려 비싼 게 아닐 수도 있다.



316 Ti 티타늄 스테인레스 스틸은 300 시리즈 스테인레스 스틸에 속한다. 거기엔 가장 널리 쓰이는 304도 있고, 316L이나 316H도 있다. 모두 좋은 재질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16 티타늄을 만든 이유는 물론 그들보다 더 나은 소재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316 Ti 티타늄 SS는 철, 망간, 몰리브덴, 니켈, 크롬, 티타늄 등 11 종류 이상 금속의 합금이다. 기준치인 UNS S31635가 있고 제철회사마다 약간씩의 변형을 가해 나름의 제품을 만들지만, 기준에서 크게 벗어나면 재질의 성질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무시할 정도의 차이만 존재할 뿐이다. 따라서 B사가 쓰는 316 Ti 티타늄은 A사가 쓰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다. 오히려 티타늄 자체는 A사 것에 더 많이 들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B사 판매원들은 A사 제품을 헐뜯고 다녔다. 재질이 나쁘기 때문에 가격이 싸다는 것이었다. 참다 못한 A사는 독립적인 연구기관에 두 소재의 분석을 의뢰했고, 별다른 차이를 발견할 수 없다는 연구소의 보고서를 바탕으로 소송을 제기했으며, 결국 B사는 근거 없는 비방을 중지해야 했다. 회사 규모가 훨씬 더 큰 A사가 사용하는 소재도 당연히 세계적인 철강회사의 최고급 제품으로서 A사로서는 오히려 자기네 소재가 더 우수하다고 주장할 수도 있는 것이었다.



기업이 자사 제품의 소비자 가격을 낮게 책정하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홍보를 위해서, 시장진입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 박리다매 경영철학에 따라서, 혹은 아주 잘 팔리고 있는 데 대한 감사의 표시로 보상차원에서 등등 다양하다. 가격이 높으면 무조건 더 좋은 제품이라는 식의 억지 주장은 해외직구까지 하는 현명한 현대 소비자에겐 잘 스며들지 못하는 구식 사고방식이다. 위의 사례에서는 A사가 매출액이 더 큰 회사로서 신제품 개발을 활발하게 하면서 소비자를 고려해 가격을 낮게 책정했을 뿐 재질, 디자인, 제조공장 등 어느 면에서든 스스로의 판단으로는 비교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경쟁사가 있다는 것은 환영할만한 일이다. 선의의 경쟁을 통해 기존 제품을 개선하고 신제품을 활발하게 내놓으며 서비스를 개선하는 등 전반적으로 시장의 범위를 넓히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소비자에게만 이익이 되는 게 아니다. 회사 직원들도 배울 게 많아지고 자긍심도 키울 수 있어서 건전한 경쟁이 있는 게 여러 모로 득이 된다. 근거 없는 비방으로 당장의 이익은 볼 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현명한 소비자의 판단에 따른 역풍을 맞을 수 있다. 이젠 거의 모든 정보가 오픈 되어 있는 세상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정직이 최상의 방책(Honesty is the best policy.)이라는 미국속담은 국경을 넘어 우리나라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지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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