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4월 11일 월요일

유기농식품은 논란 거리?

유기농식품의 인기가 높다. 더 건강하고 더 안전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렇게 믿는 게 당연한 것 같다. 미국에선 1997년 36억 달러에 불과하던 유기농식품 소비가 2011년 244억 달러로 치솟았다.

그러나 하바드 의대 미셸 하우저(Michelle Hauser) 박사는 “유기농식품이 건강과 안전 면에서 더 좋은 건지는 오랜 논란거리”라고 말한다. 아니, 왜?

유기농식품을 찾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이다: 첫째, 농약이나 살충제 없이 재배하고 항생제나 성장호르몬 안 먹이니 더 안전할 거다. 둘째, 전통재배식품보다 더 높은 영양가를 지닐 테니 더 건강할 거다. 셋째, 환경보호와 오염방지에 기여하니까 좋은 일이다. 이렇게 좋은 이유들이 있는데 왠 논란?

유기농식품의 혜택이 뭐냐고 질문하는 환자들에게 이렇다 할 대답을 해주지 못하던 스탠포드 대학교 건강정책센터의 데나 브라바타(Dena Bravata) 박사와 팔로 알토 건강관리시스템의 크리스탈 스미스-스팽글러(Crystal Smith-Spangler) 박사는, 전통농법과 유기농법을 비교 분석한 논문 수천 개를 뒤져 그 중 연관성이 큰 논문 237개를 추려 집중 분석하였다. 장기연구는 없었고 이틀에서 2년 사이의 단기 연구만 있었는데, 식품을 섭취한 사람들을 비교 분석한 논문이 17개였고 나머지는 식품의 영양분과 오염 등을 비교한 논문들이었다. 큰 기대를 가지고 엄청난 양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는 의외로 두 식품 사이에 별다른 건강 혜택 차이가 없더라는 것이었다. 인이 유기농식품에 현저히 더 많을 뿐 비타민이 특별히 유기농식품에 더 많은 것도 아니었다. 인 결핍환자는 거의 없기 때문에 그나마 중요한 차이가 되지도 못했다. 단백질이나 지방질의 차이도 유기농우유와 전통우유 사이에서 찾을 수 없었다. 소수 논문에서 유기농우유에 오메가3 지방산이 현저히 더 많이 들어 있다는 걸 발견했을 뿐이다. 비록 유기농식품이 전통식품보다 30% 정도 살충제 오염이 적었지만 그렇다고 유기농이 살충제 오염에서 완벽하게 벗어난 것은 아니다. 또 모든 식품이 살충제 허용치만큼 세척되어 판매되고 있다고 연구원들은 지적했다. 유기농식품과 전통식품을 먹은 아이들의 소변을 검사하니 유기농식품을 먹은 아이의 소변에서 살충제 잔류량이 적었지만 그것이 아이의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불명하고, 유기농 닭이나 돼지에서 내항생제 박테리아가 적게 발견되었지만 그 역시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불명하다.

결국 맛의 차이라든가 지구 환경에 대한 염려, 동물에 대한 배려 등의 이유로 유기농식품을 사는 건 좋은 일이지만, 건강이나 안전에 대한 과신은 피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환경주의자이자 코펜하겐 경영대학원 교수인 비욘 롬보그(Bjorn Lomborg)는 2012년 뉴욕타임스 기고문에서, 비싼 유기농 채소와 과일을 먹느라고 섭취량을 줄이느니 값싼 보통 채소와 과일을 많이 먹는 게 훨씬 좋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유기농사과를 먹느라 20년에 보통 사과 한 개를 줄이는 것이 건강에 더 나쁘다고 말하면서. 농약에 대한 제재는 이미 철저히 행해지고 있기 때문에 크게 염려할 바 못되며, 채소와 과일의 섭취량을 조금이라도 줄이는 건 건강을 해치고 암 발생률을 크게 높인다고 롬보그는 주장했다. 유기농이 오염을 줄인다는 것도 환상에 불과할 뿐 실제 자료에 따르면 사실과 다르며, 농지면적만 크게 늘려야 하는 부작용이 있다고 말했다.

누군가 다른 나라와 한국의 유기농은 전혀 다르다는 걸 증명하지 못하는 한 위의 분석들을 믿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유기농 식재료에 신경 쓰느니 식품을 요리하는 주방용기에 더 큰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현명한 것 아닐까? 이미 이전 글 “안전한 그릇”에서 중국 아기엄마들의 예를 들었듯이, 요리도구도 건강해야 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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